ㅁㅁ 사소한 행복 ㅁㅁ/ㅁㅁ -- 나의 글

가을이 오고 있네요.

아리랑33 2006. 8. 27. 23:30

처서가 지나면 모기가 입이 비툴어지고

이제 풀도 자라지 않는다고 하더니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던 풀들이 갑자기 낮아지고

풀때문에 보이지 않던 강물이 보이고

그 질긴 풀들도 이제 살짝 힘만 주어도 뽑히는 것이었다.

나무 끝은 벌써 누릿누릿한 기운이 살풋 번지고

바람도 살랑살랑

계절따라 다름을 느낀다.

 

모든 것이 다 때가 있는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젊은 시절

혈기하나로 세상 무서운 줄 모르던 사람들도

반백의 나이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게 되는 것이다.

 

모처럼

섬진강 외딴집에서

남편과 나만 있었다.

 

그냥

아무런 생각하지 않고

둘만 있는 것도 참으로 좋았다.

 

밥먹고

차마시고

그러다 심심하면

나가서 풀뽑고.....

 

배추모종을 심었다.

 

이 가려린 모종이 땅심을 받으면

살진 배추가 되어

우리 식탁에 오르겠지.

그렇지만 나는 걱정이 되어 자꾸 남편에게 묻는다.

"이것 제대로 자랄까? 너무 약하네."

"땅심 받으면 금방 자리잡고 클거야."

 

저 여리디 여린 모종이

다 자라면 올 한해도 가겠지.....

 

 

가을

 

우리는 말하지.

지난 시절은 힘들었다고.

그러나

참으로 힘든 사람은 말하지 않아.

 

 

노랗게

빨갛게

그렇게 타서

그렇게 부르터서

땅속에 묻혀버리지.

 

바람은 그 여린 영혼을

가벼이 날려

땅속 저 깊은 곳으로

데리고 가지.

 

 

 

'ㅁㅁ 사소한 행복 ㅁㅁ > ㅁㅁ --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릴적 친구  (0) 2006.08.31
그린내  (0) 2006.08.30
[스크랩] 동창 모임에 부쳐  (0) 2006.08.27
[스크랩] 섬진강 일기  (0) 2006.08.10
[스크랩] 왜 그렇게 피서를 꿈꾸는가!  (0) 200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