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교기념일이라 학교에 가지 않았다.
아침 다섯시 반부터 아이들을 깨우느라 나는 피곤하다.
왔다갔다 하면서 나는 또 생각했다.
오늘 무얼하며 하루를 지내지?
아이들을 보내고 다시 9시까지 누워있다.
쓰레기가 생각난다.
아침7시부터 10시까지 시간이 버리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빨리 일어나야 한다.
쓰레기... 지겨운 쓰레기.
남편은 일어나 샤워를 하고
나는 음식물쓰레기, 분리한 쓰레기를 버린다.
그리고 아침준비하고....
빨래 걷고
빨래 널고....
나만 남겨졌다.
이 집에.
나는 또 몽상에 빠진다.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가방하나 달랑메고 어디론가 가고 싶다.
시내버스 잡아타고 어디를 갈것인가.
그러나 어디로 갈것인가.
나를 받아줄 그곳은 어디인가.
옆에 어제 빌려온 책이 있다.
안도현의 100일동안쓴 러브레터.
걷어온 빨래가 내옆에 널브러져 있다.
그 빨래더미 옆에서 빨래를 개키지도 않고 책을 집어든다.
짤막짤막한 사랑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단편들을 적어 놓고
그 옆에 사족을 달아놓은 책이다.
그렇지.
때때로 누군가 설명해주면 편해지지.
사랑도 그럴 것이다.
사랑처럼 쉬운 것이 어디있는가.
그러나 우리 모두는 왜 이렇게
사랑에 서투른 것인가.
그래서 누군가 알기쉽게
아니 사랑하기 쉽게 알려주면 또 어떤가.
오랜동안 사랑에 굶주리며
아니 사랑타령을 하며 세상을 살고 있는 나.
나이 오십이 되면서도
이 사랑타령은 내 곁에서 떠날줄을 모른다.
모르겠다.
이 마음.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서로를 사는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 보이는 게야.
-황지우의 시 '늙어 가는 아내에게'중에서-
"금방 가야 할 걸
뭐 하러 내려왔니?"
엄마는
시골에 홀로 계신
외할머니의 봄눈입니다.
눈물글썽한 봄눈입니다.
-유희윤의 동시 '봄눈'전문-
그렇다.
사랑은 그대 옷깃의 솔밥이 유난히 크게 보이고,
사랑은 봄눈처럼 그렇게 금방 왔다 사라지는 그런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슬프고 아련하고
그런 것아닌가.
이 봄날에 집에 앉아
이 나이에 사랑타령을 하는 나는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다.
아니
행복을 모르는 사람이다.
(2005.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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