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ㅁ 사소한 행복 ㅁㅁ/ㅁㅁ -- 나의 글

[스크랩] 핸드폰 유감!!!

아리랑33 2006. 7. 6. 11:18
며칠 전 일이다. 아마도 사업도 하지 않는데 남편 만큼 핸드폰 벨이 울리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핸드폰 벨소리를 가끔 재미있는 노래로 바꿔 때때로 벨이 울릴 때 마다 웃음이 날 때도 있지만 내가 남편 옆에 있을 때에 그 시도때도 없이 울려대는 핸드폰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인다.

'도대체 또 누구한테 또 전화 온 거야?' 이렇게 생각하는 찰라에 남편은 전화에 대고
"예,예 바로 가지요."

절대로 부정을 못하는 성격으로 다른 일 모두 제치고 곧바로 달려가는 것이다.
남편이 남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
그날도 그랬다.
남편이 나와 함께 작업실에 있다가 또 전화를 받고 나갔는데 밤 1시반에 들어왔다.
술에 취해 거실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2시반쯤 되어 전화벨이 또 울리는 것이었다.
전화를 받아보니 남편이 후배에게 잘못대하는 것 같아 따지려고 전화를 한 것 같았다.
술을 먹어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처지라 남편에게 전하겠다고 하고 끊었다.
갑자기 화가 났다.
'저 전화때문이다.'
나는 앞뒤 생각할 틈도 없이 전화를 집어 던졌다.
남편이 눈을 떴다.
"왜그래?"
"당신이 후배한테 잘못 대했다고 화가 나서 전화했나봐. 저 전화때문이야. 당신은 정말로 좋은 사람인데 저 전화때문에 만나서 술 마시고... 술없으면 이야기 못하잖아? 그러니 저 전화를 없애야 돼."
나는 전화기를 다시 집어 던졌다.

남편은 왜 남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그렇게 하느냐고 화를 내었다.
어쨌든 나는 저 전화때문에 남들의 등쌀에 당신이 그렇게 되니 저 전화를 없애버려야 한다고 다시 집어 던졌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는데도 남편은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흘끗 전화기를 바라보았다.
전화기는 꺼져있다.
세번이나 힘껏 던졌으니 전화기는 완전히 부서졌을 것이다.

조금 있다 입이 근질근질한 나는 남편에게 물었다.
"전화기 사건 알아요?"
"응"
뜻밖이었다. 남편은 전화기 없이는 한시도 살지 못한다.
그런데 아무말도 없다니.....
그건 그렇고.
남편은 전화기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 오늘 중으로 핸드폰을 다시 살 것이다.

'에이. 어짜피 고쳐지지 않을 고질병인데 공연히 쌩돈만 들게 생겼네...'
이제 돈이 좀 아까워졌다.

오후에 친구와 함께 군산에 갔다가 남편생각이 나서 작업실에 전화를 했다.

"핸드폰 없이 좀 살아봐요. 그리고 핸드폰 번호 죽였으니...."
나는 거짓말을 하였다.

남편의 핸드폰번호는 너무 알려져 있는 터라 그 번호만 바꾸면 한동안 전화가 뜸할 것이라는 어리석은 나의 생각이었다.

아뿔싸!
집에 돌아와 남편을 만났는데 남편은 아무런 불편없이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편한 점이 있다면 벨소리가 들리지 않고 진동만 된다는 것이다.

결국 핸드폰 가게에 다니는 조카에게 전화를 걸어 새것처럼 고쳤다.
그런데 핸드폰을 고치느라 하루동안 조카에게 맡겨 놓았는데 그 사이에 전화가 참 많이 왔던 것 같다.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왜 전화가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고, 그로인하여 하루동안 술을 마셔야 하는 전화도 피할 수 있었다.

이상이다.
결국 내가 졌다.
다시 또 남편은 그 핸드폰의 노예가 되어 이리저리 끌려 다닐 것이고 그럴수록 벨소리는 더욱 끈질기게 시도때도 없이 울려댈 것이다.

아!
무서운 핸드폰 망령이여!
출처 : ㈜그린이와 병하네 ⓔㅹ집™
글쓴이 : 아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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