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ㅁ 사소한 행복 ㅁㅁ/ㅁㅁ -- 나의 글

[스크랩] 추억의 통신표

아리랑33 2006. 7. 5. 20:06

나의 아버지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으셨다. 지금 살아계신다면 여든여덟이 되셨을 것이다. 옛날 분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우리아버지도 우리를 한번 안아주지도 않으셨고, 함께 여행가본 적도 없다.

 

 그렇지만 나의 아버지는 교과서를 타오면 시멘트 종이를 펴서 그 종이로 책을 싸주셨다. 그리고 잘 못쓰시는 글씨로 표지에 국어,산수 등의 글씨와 나의 이름을 써주셨다. 그리고 군산에 제지공장이 있는데 그곳에 가셔서 자르지도 않은 아주 큰 원통으로 된 종이뭉치를 사가지고 오셔서 그것을 가위로 자르셔서 다시 시멘트종이 표지를 덧대어 노트며, 연습장을 만들어 주셨다. 그리고 줄도 쳐주셨다.

 

 그것 뿐아니다. 우리들 수업료를 낸 영수증, 통신표, 우리가 쓴 노트, 교과서 등 한가지도 버리지 않고 다락에 차곡차곡 쌓아두셨다. 세월이 흘러 내가 나이를 먹은 후 이제는 거들떠 보지 않던 먼지가 켜켜이 쌓인 그 다락에 올라간 적이 있었다. 어릴적 교과서들을 들여다 보면서 참 즐거워했고, 내가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가 썼던 노트며, 받아쓰기 노트등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났다. 나는 그동안 내가 어렷을 적 공부를 아주 잘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글씨도 엉망이고, 침을 묻혀 꾹꾸 눌러 쓴 받아쓰기 점수도 형편 없었다. 그 중에서 차곡차곡 정리된 나의 통신표를 발견했다. 세상에나.......

 

그 통신표를 집으로 가져와 지금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그 때 교과서와 내가 쓴 노트도 가져왔어야 하는데....... 얼마전 재건축사업으로 그 집이 헐리게 되고, 좀 늦게까지 우리집이 빈집으로 있었는데 누가 불을 질러 몽땅 타버린 것이다.

이제 남아 있는 것은 이 통신표 뿐이다.

 사실 무식했던 우리 아버지는 우리에게 추억에 남는 그런 것은 남겨주시지 않았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게 우리를 사랑해주셨던 같다.

나도 자녀를 키우고 있지만 이렇게 꼼꼼히 아이의 흔적을 간직해주지 못했다. 집이 어질러진다는 이유로 모두 버렸으니.......

 

이제 아이들이 모두 크니 서서히 아이들의 흔적을 정리할 때가 온 것 같다. 아이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노트며, 일기장 등등이라도 꼭 남겨두고 싶다.

인연이라는 글을 쓰신 수필가이며 영문학자인 피천득씨에게는 서영이라는 딸이있다. 지금 피천득씨가  백살을 바라보고 있으니 딸의 나이도 60이 훨씬 넘었다. 미국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데  피천득씨는 딸이 가지고 놀던 인형을 지금도 침대에 놓아두고 밤이면 잘자라고 수면용 안대를 해준단다.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도 소중하지만 그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타임캡술을 마련해주는 것도 소중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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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군산여고51
글쓴이 : 김인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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