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걷다 향기를 좇아 고개 돌려보니 자잘한 쌀밥같은 꽃을 단 나무가 눈에 띄인다. 도대체 저 꽃이 무엇일까? 가지를 꺾어 집에 가져왔다. 집에 방문한 사람들과 함께 이 꽃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팝꽃 같은데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팝꽃은 꽃이 길쭉한데 이 꽃은 꼭 쌀알같이 생겼던 것이었다. 어쨌든 그 가지를 조그마한 병에 꽂아 마당에 있는 탁자에 놓는다.
오늘 아침 직장에 오는 길 산기슭 하얗게 까르르 웃고 있는 어제의 그 꽃을 보면서 함께 동행하는 선생님이 말을 한다.
남편이 산길을 걷다가 여러가지 꽃을 꺾어 왔는데 그 꽃도 꺾어왔단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니 그 꽃이 이팝꽃이 맞을 것 같다는 말을 한다. 지금 피어있는 길쭉한 모양의 꽃보다는 이 꽃이 정말 쌀알 같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도 아마도 그럴 것 같다고 맞장구를 쳤다.
쌀이 귀하던 시절 하얀 것만 보아도 쌀같고, 조같았던....
그 생각을 하다보니 어린 시절 가난했기에 경험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쌀이 귀했기에 항상 보리밥을 먹었었다. 가마솥에 한번 찐 보리쌀을 아래에 놓고, 그 위에 쌀을 조금 올려놓는다. 밥이 되면 쌀밥은 아버지몫으로 그리고 나머지 조금 남은 쌀밥은 보리와 섞는다. 그러나 그것도 좋은 밥이다. 어느해이던가. 아마도 지독한 흉년탓이었을 것이다. 약을 해 몇년간 창고에 쌓아 두었던 정부미쌀을 아주 싼값에 팔았다. 얼마나 묵은 냄새가 나고 약냄새가 진동을 했는지 어머니는 그 쌀을 씻어 하루동안 담가두고 그것으로 밥을 하였다. 밥을 해 놓고 조금 지나면 빨개졌다. 그렇지만 그것이 그리 몸에 나쁠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배만 고프지 않으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 뿐아니었다. 고기가 귀해 명절이나 기름 둥둥 떠다니는 고기국 먹었기에 평상시에 고기를 먹는 일은 거의 없었다. 더구나 그 귀한 소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골육지책으로 공짜로 주는 노란 소고기기름을 얻어다 뭇국,미역국을 끓여 먹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끔직하다. 그 콜레스테롤 덩어리를 아무런 근심 걱정없이 먹었으니 모르면 무엇인들 먹지 않았으랴.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가족은 모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때 그 소고기기름을 먹은 탓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보지만 그래도 그 나쁜 기름이라도 먹어서 우리가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쌀에 얽힌 꽃 '며느리 밥풀꽃'도 빼놓을 수 없고 '며느리 배꼽' '며느리 밑씻개' 등등 그 옛날 시집살이의 애환까지 생각이난다.
며칠전 학생들 신체검사를 했는데 90%학생들이 과체중이었다. 너무 잘 먹어서 살과의 전쟁을 하고, 남이 자기의 체중을 알게 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아! 저 이팝꽃이 지면 쌀 튀밥같은 아카시아꽃 향기가 진동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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