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ㅁ 사소한 행복 ㅁㅁ/ㅁㅁ -- 나의 글

[스크랩] 익모초 연가

아리랑33 2013. 10. 7. 10:38

여름만 되면 세상이 온통 노랬다. 어질어질하고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

어머니는 나에게 더위를 먹어서 그런다고 했다.

세상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한대 있던 선풍기는 전기를 아낀다고 멎어있고,

부채 하나씩 들고서 평상 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히던 시절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때 나보다 여섯살 위였던 언니는 초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공장에 들어갔다. 새벽 5시면 언니는 공장에 출근하였는데 점심도시락을 내가 가져다 주었다.

지금 가보면 10분 남짓 걸리는 거리지만 그때는 지독히 멀게 느껴지고 나무 그늘조차

정오의 태양아래 굴복하던 시간이라서  조그만한 그늘만 보이면 그곳에 쪼그리고 앉아 더위를

식혀야 했다.  어쨌든 비실거리는 나를 위하여 어머니는 장에나가 익모초를 사오셨다.

밤새 이슬을 맞혀 새벽에 돌확에 ?찌어 녹즙을 내서 빈속에 먹어야 약효가 있다며

밤내내 더위에 뒤척이다 새벽녘 곤히 잠든 나를 깨웠다.

검은 빛에 가까운 녹즙은 먹기 전부터 나를 겁게 질리게 했다.

먹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나에게 이걸 먹어야 더위를 이길 수 있다며

숨쉬지 말고 한번에 마셔야 쓰지 않다고 했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일이라 이미 익모초가 얼마나 쓰디쓴 약인지 경험을 해본터라

울기부터 하였다.

어머니는 한 손에는 익모초 사발, 한손에는 설탕한수저를 들고 한번에 숨쉬지 말고 마시라 한다.

꼴깍꼴깍 마시고 쓰디쓴 그 맛때문에 울려고 하는 찰나.

한손에 들었던 설탕 한 수저를 내입에 밀어 넣는다.

설탕 한수저를 우석우석 깨물며 쓴 물을 중화시키며 거울로 달려가 내 입을 벌려보면

시퍼런 풀물이 구석구석 설탕에 절어 끼어있다.

맹물을 입에 넣고 헹구고 또 헹구어내면 무섭고 두려운 익모초 먹기가 끝난다.

더위를 먹는다는 것은 체력이 약해서 인데 즉 영양실조가 맞는 말일 것이다.

마른버짐이 히끗히끗 얼굴에 퍼져있고, 키도 작고, 빼빼했던 나에게

가난한 노동자의 아내로 여섯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해줄 수 있었던

최선의  노력이었다고 생각을 한다.

어쨌든 그 익모초 때문인지 몰라도 그 힘들었던 어린시절의 여름을 무사히 건너왔다.

쓰디쓴 세상의 맛을 이 익모초로 인해 일찍 경험해서인지

나는 세상의 어려움을 잘 헤쳐나왔다.  아니 이 익모초 때문에 세상을 더 잘 견딜 수 있는

힘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가난했지만 자식을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소박하지만 절절한 마음이 담긴

엄마에 대한 사랑을 지금도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여름의 끝무렵 사각의 줄기끝에 자잘한 자주빛 꽃들을 달고있는 익모초를 만나게 되면

'어머니에게 유익한 풀'이라는 뜻보다 ' 어머니를 더욱 생각나게 하는 풀'이 나에게

더 느껴진다.

산길을 걷다보니 아직은 허리를 곧추세우고 위로위로 뻗는 익모초가 눈에 띄인다.

나를 닮아 비실거리는 딸을 위하여

나도 그 옛날 나의 엄마처럼 딸에게 녹즙을 짜주고 싶다.

 

 

출처 : 사소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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