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살다보니 시골어르신들을 늘 뵙게 된다.
자식들을 위하여 돈도 못쓰고
항상 힘들게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늘 구부정한 모습으로 밤낮 열심히 일을 하신다.
힘들게 밭일을 하고 반찬거리를 마련한 날 나를 만나면
어김없이 주섬주섬 건넨다.
언제부턴가 나의 맘에선
'밤낮 일밖에 모르는 어르신들에게
그 힘든날들을 보상해드릴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어르신들을 보면 나의 언니가 생각이 난다.
언니는 초등학교 졸업하자 마자 열네살 나이에
공장에 들어갔다. 새벽 네시 다섯시에 나가
밤 열두시 넘어 들어오기도 하고 또 교대근무를 하기도 했다.
고무공장에서 신발을 만들었던
언니의 몸에선 항상 진한 고무냄새가 났다.
나는 그 냄새가 너무도 슬펐다.
그곳에 다니다가 결혼을 하고
다시 힘든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힘들다 내색하지 않고
소처럼 묵묵히 일만했더랬다.
남에게 투정할 줄도 모르고
멋진 옷 한번 사입을 줄도 모르고
여행 한번도 가보지 않고
남들이 무시해도 화낼 줄도 모르고
그렇게 평생을 살았다.
그런 언니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났다.
언니의 존재감을 찾아주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언니는 암에 걸렸고, 그 암때문에 휴식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는 언니를 들볶아 학교에 다니라 했다.
처음에 망설였던 언니는 드디어 '중학교'에 입학하였다.
예순이 넘은 나이로 지금 언니는 중학교 3학년과정에 다니고 있다.
언니의 얼굴이 바뀌어졌다.
예전의 꾀재재하고 자신 없는 모습이 아니라
언니의 얼굴에 빛이 나기 시작하였다.
너무너무 신나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언니.
이제 내년이면 고등학교에 들어갈 것이다.
앞으로 시골에서 문화운동을 펼치리라 생각하였다.
노인요가, 그림그리기,영화보기,효소만들기, 시쓰기, 염색하기 등등.
생각했을때 바로 실천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보여드리기로 했다.
영화상영 날짜 및 시간을 써서 마을회관 앞에 붙여놓고
정해진 시간에 갔으나 아무도 없었다.
힘들게 이집저집 다니면서 설득하여 드디어 1시간 반뒤에 10분을 모셔
영화를 보여드렸다.
제목은 '그대를 사랑합니다'
강풀의 만화를 영화화 한 것으로 '노인들의 사랑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다.
가족같이 모여 보는 영화라서 서로서로 이야기를 해가면서
보는 영화라서 더욱 좋아하셨다.
처음에는 그냥 집에서 TV보고 잠잔다고 말하시던 어르신들이
참말로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젊음을 찾아 주는 것 같아서 즐거웠다.
남편에게 어르신들이 좋아했다고 말하니
맛있는 것도 많이 드리지 그랬느냐고....
일요일이 초복이어서 냉면을 대접하기로 하고
그 전날에 가서 말씀드리고 순창에 나가
냉면을 사드렸다.
냉면한그릇으로 얼마나 고마워하던지
별보잘것없는 대접에도 감동하던 모습이 선하다.
결국 남편과 나는 더 행복해졌다.
행복은 결국은 내가 만드는 것임을 다시금 느꼈다.
다음에도 더 좋은 영화, 더 맛난 음식으로 어르신들게 대접하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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