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ㅁ 사소한 행복 ㅁㅁ/ㅁㅁ -- 나의 글

남편 전시회 단상

아리랑33 2012. 11. 20. 11:21

시골로 학교를 옮긴 지 2년째.

이제 홀로 있음의 즐거움을 한껏 누리고 있다.

차츰 남편에 대한 나의 기대와 욕심도 내려놓고

그냥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불현듯 남편의 재능에 대한 기대는 떨쳐버릴 수 없었다.

더 늙기 전에 남편의 끼가 살아있는 작품을 갖고 싶었다.

그러나 어쩌랴.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그래서 우울했고 슬펐고 가끔씩 다른 말로 남편을 들볶았다.

 

남편이 개인전을 한다.

그동안 남편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았던지라

기대도 하지 않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고 그로인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이었다.

 

항상 주말마다 시골에 왔던 남편은

한달을 남겨두고 한번도 오지 못했다.

나에게 전주로 나오라고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작품을 보고 왈가왈부하다가 공연히

남편과 싸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마음 속으로는

"도대체 작품이 되가고 있는 걸까?

작품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기도 했었다.

 

얼마전 일이 있어 순창에 왔던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을 모델로 한 작품도 있는데 제목이 뭔지 알아? '착한 아내'야"

옆에 있던 사람들이 나에게 한턱을 쏘라 했다.

착한 아내......

그러면서 말했다.

"그 작품 비싸게 사줘야해."

그래서 나는 또 샐쭉해져가지고 말했다.

"흥!  가족에게 사라고 하는 법이 어딨어? 그냥 선물로 줘도 모자랄판에..."

 

 

 

그러나 사실 얼마전에 핸드폰으로 문자를 주고 받았는데

작품 제작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도

몇백만원은 줘야 한다고.

나는 "알았어! 내가 작품 모두 살게."라고 했었다.

 

드디어 팜플렛이 나왔다.

제목은 '화려한 외출'

 

판화에 유화적 기법을 혼합하여 정말 화려하게 표현되어 있다.

 

 

나는 남편의 기운을 북돋아 주고 싶었다.

"여보! 내가 정말로 작품 모두 사줄게. 그리고 작품이 팔리면 그 돈은 모두 내거야."

남편은 정말 좋다고 하였다.

"앞으로 내가 당신 후원자 되 줄테니 작품 마음껏 해. 그러면 그때마다 내가 실비로 모두 사줄게."

정말 진심이다.

내가 직장생활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남편의 그림이 팔리던 안팔리던 나에게 작품은 남아있을 것이다.

그것으로도 나는 정말 부자가 된 기분이 될 것 같다.

 

오늘 나는 남편때문에 '화려한 외출'을 해야 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남편의 작품이 가슴에 남아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