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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손가락에 잘못 떨어진 먹물 한방울(운영전)

아리랑33 2009. 9. 3. 13:07
이 책은 고전을 읽기 쉽게 삽화를 곁들여 풀어쓴 소설로 자칫 딱딱하고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책을 읽기 쉽게 쓴 고전소설이다. 이 책의 제목은 '손가락에 잘못 떨어진 먹물 한방울 '이지만 사실은 '운영전' 이라는 고전소설이다. 왜 제목이 그렇게 붙여졌을까? 이 이야기를 소개하겠다.

유영이라는 선비가 안평대군의 옛날 집인 수성궁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자 춘삼월에 술한병 사들고 후원으로 간다. 그 때는 전쟁이 막 지나간 뒤라 장안의 궁궐과 성안에 가득했던 화려한 집들이 다 무너져 버려 텅 비어있었는데 술에 취해 잠깐 졸다가 깬 후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를 따라가다가 어떤 젊은이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이 들로부터 현세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기를 듣게 된다.

젊은이는 열살때부터 시를 잘 짓고 글을 잘 써 학당에서 이름이 났고, 열 넷에 과거에 합격해 김진사라 불렸고, 아름다운 여인은 안평대군의 궁녀 10명 중에서 가장 사랑을 받았던 운영이다.

한편 세종대왕의 여덟 왕자가운데 가장 영특했던 안평대군은 대왕의 사랑을 받았는데 나이가 들자 땅과 재물을 내려주어 열 셋에 자신의 궁을 지어 수성궁이라 하였다. 당시의 이름난 문인과 재주 있는 선비들은 모두 수성궁에 모여 실력을 겨루었는데 안평대군은 특히 글씨가 뛰어났다. 안평대군은 얼굴이 아름답고 어린 궁녀 열을 뽑아 가르치고 항상 가까이하며 함께 시를 짓고 읊게 하였다. 그러나 늘 궁안에 있게 하고 바깥 사람들과는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게하였다.

어느 가을 안평대군이 서당에 앉아 시녀들에게 먹을 갈고 비단을 펼치게 한 다음 시를 쓰는데 김진사가 찾아와 함께 시를 논하고 글씨를 쓰는데 들어오던 순간부터 김진사에게 반한 운영의 손가락에 먹물 한방울이 떨어진다. 이때부터 운영의 가슴에는 김진사에 대한 그리움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 후로 안평대군은 자주 김진사와 만났지만 궁녀들과 만나지 못하게 하였고 운영은 늘 문틈으로 엿보곤 하다가 시한편을 써서 김진사에게 전한다. 시를 읽어 본 김진사 역시 운영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적어 무녀를 통해 전달한다. 다시 답장을 써서 전할 기회를 기다렸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다.

궁안사람들은 해마다 한가위 때쯤이면 탕춘대 아래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고 술자리를 마련하는 일이 있는데 자란의 지혜와 도움으로 김진사를 만나 편지를 전한다. 그리고 운영이 거처하는 서궁으로 오도록 청한다. 김진사는 담이 높아 뜻을 이루지 못했으나 김진사의 젊은 하인 특의 도움으로 쉽게 담장을 넘을 수 있었고 그 후 부터는 날마다 어두울 때 담을 넘어와서 새벽에 돌아간다. 그러나 그렇듯 위험천만한 사랑을 계속할 수는 없었다. 특은 진사에게 몰래 업고 도망치라는 조언을 하고 이에 따라 김진사는 운영과 함께 계획을 세운다. 운영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물을 몰래 진사의 집을 빼돌리는데 엉큼한 마음을 품었던 특이의 꾀에 속아 다른 곳에 숨겨둔다. 사실 특의 속마음은 보물을 얻은 후에 운영과 진사를 산골로 끌고가 진사를 죽인후 운영을 차지하려는 흉계를 갖고 있었다.

안평대군은 비해당을 세우고 나서 좋은 시구를 얻어 현판에 새겨 걸려고 했지만 마음에 드는 시가 없어 다시 김진사를 초청하여 시를 지어 달라 간청하여 시를 짓게 된다. 대군은 구절마다 칭찬을 하며 여러번 읽다가 의심스러운 구절을 발견한다. 그날밤 진사가 운영에게 자신이 지은 시를 대군이 의심하니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일을 당할까 두려우니 빨리 피하자고 한다. 그러나 궁녀 자란은 이 세상 어디로 도망갈 수 있느냐고 말린다. 어느날 대군께서 서궁에 앉아 있다가 활짝 핀 철쭉을 보고 시를 지어 올리라 하는데 운영의 시에서 역시 의심스러운 구절을 발견하고 김진사를 생각하고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이에 운영은 자신은 더러운 이름을 얻었으니 살아도 죽는 것보다 못할 것이라고 하며 난간에 목을 매는데 역시 지란의 도움으로 오히려 비단까지 상으로 받고 그 후 진사는 다시 서궁에 출입을 하지 못하게 된다.

특의 간계에 의해 결국 이 일이 대군에게 알려지고 운영은 별당에 갇히게 되는데 그날밤 결국 자결을 한다. 운영의 영혼을 위로해 주기 위해 특에게 모든 것을 부탁했는데 결국 그 일도 잘못되고, 김진사는 그 일 이후 세상일에 뜻이 없어 결국 생을 마감한다.

본래 두 사람은 하늘의 신선으로 옥황상제를 모시고 있었는데 상제의 말을 어겨 인간세상에 쫓겨 왔는데 인간세상의 괴로움을 한차례 겪으니 옥황상제가 잘못을 용서하여 다시 상제의 궁궐인 삼청궁에 올라가 상제를 모시게 되어 마침 돌아가는 길에 잠시 바람의 수레를 타고 옛날 놀던 곳을 둘러보다가 유영을 만난것이다. 김진사는 그간의 이야기를 글로 적었고 이 것을 거두어 세상에 전해달라고 유영에게 부탁한다.

술에 취에 깜박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인적은 없고 다만 김진사가 기록한 책만 놓여 있을 뿐이었다. 유영은 책을 거두고 돌아와 장롱 속에 감추어 두고 꺼내 읽어 보곤 하다가 집을 떠나 자취 없이 사라진다.
이것이 이 이야기의 전부다.

내가 이 이야기를 이렇게 자세하게 적은 이유는 옛사람들의 사랑은 어떠했을까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이다. 옛 사람이라고 하여 사랑에 특별한 것이 있을까? 춘향전은 남녀의 사랑이 화탕한 반면, 이 소설은 은근한 매력이 있다. 왜냐구? 바로 편지를 통해서, 그리고 시를 통해서 전하는 그 애절함이 더욱 가슴 저리게 한다. 이 책은 정읍여중 도서실에 있는데 그 책 중간중간에 소설과 관련된 기타 자료들도 아울러 알 수 있어 더욱 쉽게 이 소설에 접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 고전을 읽기 쉽게 풀어쓴 소설이니 한번씩 읽기 원한다.
출처 : 정읍여중독서방
글쓴이 : 아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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