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때때로 갓난아기라는 것을 망각할 때가 있다.
그래서 말귀도 못 알아듣는데도
큰 아이 다루듯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한다.
'왜 뒤집지 않을까? 왜 아빠라는 말도 아직도 못할까? 언제 기어다닐까? 언제 잡고 설까? 왜 깨끔발로 디딜까? 왜 배밀이만 하고 무릎으로 기지 않을까?' 등등 참으로 걱정이 많았다.
얼마전에 TV를 보니 준이보다 훨씬 늦게 태어난 아이인데도
벌써 아빠 엄마 소리도 하고
엄마아빠가 하는 동작을 곧잘 따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또 은근히 걱정이었다.
왜냐하면 준이는 많은 연습끝에 어떤 동작을 하여
참으로 놀랍고 즐거움을 주었었는데
어느 순간에 또 그 동작들을 다 잊고
오로지 곤지곤지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급한 마음에 곤지곤지를 하면
짝짜꿍 짝짜꿍 소리를 내면서
내가 몸소 짝짜꿍짝짜꿍을 하기도 하고
또 다른 동작을 유도하기도 하였다.
그럴수록 완강하게 곤지곤지만 하여
'누굴 닮아 이렇게 똥고집이 센거야.'라면서
혼자 웃기도 하였다.
그런데 요즘 준이는 많이 달라졌다.
아기체육관의 음악이 끝나면 다시 버튼을 눌러 음악이 나오게하고
그 음악에 맞추어 몸을 흔드는가 하면
무엇을 달라고 할 때
손을 모으게하고 "주세요"라는 동작과 말을 반복했더니
드디어 어리숙하지만 손을 모으고 주세요를 하고
장난감 전화기를 보면 귀에 대고 전화하는 시늉을 하기도 하고
나의 안경을 좋아하여 안경을 보면 주어들고 입으로 가져가는데
내가 " 할머니 안경 주세요"하면 나에게 건넨다.
그리고 때때로 예쁜짓 동작으로 윙크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더니
드디어 예쁜짓 동작도 한다.
비로소 폭풍성장기에 들어간 듯 하다.
그것뿐만아니라
졸려서 손으로 얼굴을 부비고 있으면
"졸리면 침대에 올라가서 자요"라고 하면
바로 침대로 달려가 올라간 후
좋아하는 이불을 빨면서 뒹글거리다 잠을 자는 것이다.
이때문에 난 잠재우느라 애를 쓰지 않아도 된다.
지난주말 시골에 내려갔다 올라오니
방안에 또다른 장난감이 가득하다.
자동차.
10개도 넘는 갖가지 자동차가 당분간 또 민준이의 시선을 자극할 것이고
나는 또 그 장난감 치우느라 한동안 고생할 것 같다.
장난감 사이로 무릎으로 기어다니는 모습과
행여나 그것때문에 다칠세라 틈만나면 바구니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요일 올라오는날 밤 민준이의 눈썹부분을 다쳐 우울해 하던 딸의 모습이 겹치면서
어떻게 하든지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나의 최고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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