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ㅁ 사소한 행복 ㅁㅁ/ㅁㅁ -- 나의 글

눈물에 대하여

아리랑33 2012. 5. 7. 11:47

결혼을 한 후 수없이 많은 눈물을 흘렸다.

나의 베갯잇은 그 눈물자욱으로 절어 있었다.

어떤 때에는 남편에게 퍼붓으며 울었고

어떤 때에는 누워서 소리없이 울었다.

그 흘린 눈물이 바께스로  한동이는 될거라고 생각을 했다.

요즘은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남들과 이야기하면서

눈물 짓는다.

이야기 할 때  겪은 설움이 비슷하면

이야기를 듣는 사람도 함께 눈물짓는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큰 소리 한번 하지 않았던 아버지.

그리고 참으로 선했던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서 생활했던 나는

모든 남자들은 다 아빠와 오빠들처럼

착하고 무섭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평상시 문도 잘 잠그지 않고

옛날에는 너무 급하면 지나가는 차를 손을 들어 탄적도 있었으니

참으로 겁도 없는 나였다.

결혼을 결정한 것도 그와 다르지 않다.

'모든 남자는 다 착하다.'라는 생각과

'모든 사람은 다 내가 하기에 달렸다.'라는 생각으로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 것도 따지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하는 사람이면 된다고.

 

그렇게 쉽게 결정했던 결혼이었기에

나의 놀람과 절망과 슬픔은

끝도 없이 많았다.

평생 욕한번 얻어 먹은 적이 없었는데

남편에게 수없이 욕도 얻어 들었고

술담배 하지 않았던 아버지와 오빠만 보다가

술에 절고, 담배에 절어

생활하는 모습에 진저리를 쳤고

구구절절 사연 많은 가정사에

비교란 애시당초 필요없는 것이었다.

 

어쩌다 내또래 여자들끼리 모여 앉아 이야기 하다보면

자신도 그에 못지 않다는 말에 서로 눈물짓는 것이다.

나이가 먹어 이제 남편도 예전과는 다르게

둥글어 졌지만

아직도 내 심연 곳곳에 남아 있는 상처는

시도때도 없이 눈물로 되살아나

남편을 당황하게 하는 것이다.

 

어느날 생각했다.

그래도 아직까지 내가 큰 병에 걸리지 않고

살고 있는 이유는

그 숫하게 흘린 눈물때문이라고.

그 눈물도 흘리지 않고

안으로 안으로 삭인 사람은

커다란 암으로 발전하여

만천하게

'나 이렇게 아픈 사람이었다오.'라고 대변하는 것이라고.

 

나의 언니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언니는 어떤 화나는 일이 있어도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보는 나는

오히려 내가 더 화가 나서

"세상에 그럴 수는 없다."면서 길길이 뛰기도 하고

"언니도 화를 내면서 살라."고 악을 쓰기도 하면서

언니대신 화를 내주었다.

그럴 때마다 언니는

"지랄하네. 괜찮아." 였다.

그래서 였을 것이다.

언니는  괜찮지 않았다.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무섭고

눈물을 못흘리는 사람은 불쌍하고

아직 흘릴 눈물이 남아있는 사람은 안타깝고

과거를 회상하며 눈물짓는 사람은 처연하다.

 

나에게 이젠 아직 흘릴 눈물이 남아있지는 않다.

다만 과거를 회상하며 눈물짓는다.

처연한 그 심상이 아직은 가슴 곳곳을 휘돌고 있음이지만

이것도 이제 서서히 줄어 들 것이라고 믿는다.

눈물 짓지 않고 함박웃음지으며 과거를

 회상하는 날이 올 것이다.

 

나는 아직 그 눈물을 좋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