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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동영상] 빈 페트병으로 연주하는‘어머나’

아리랑33 2006. 8. 21. 20:49

‘두더지 잡기’라는 놀이가 있다. 방법은 방망이를 들고 구멍 위로 머리를 빼꼼이 내미는 두더지를 사정없이 내리치는 것. 잘 맞든, 그렇지 않든 아무튼 이 게임에서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은 방망이로 쉴 새 없이 두더지 머리를 ‘강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담 사람들이 ‘두더지 잡기’ 놀이를 즐기는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스트레스 날려버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여러 가지겠지만 그 근본의 공통점은 바로 자신의 공격 성향을 밖으로 표출시키는 것. 한마디로 뭘 때려 부술 때 가장 많은 스트레스가 해소 된다는 얘기다.

 

 

                                                                                           ⓒ 위트앤비트

 

느닷없이 ‘두더지 잡기’ 얘기는 왜? 그 이유인 즉, 최근 ‘두더지 잡기’ 놀이가 초절정으로 진화한 또 다른 놀이 한판이 대중들에게 찾아 왔기 때문이다. 이름하야 ‘위트앤비트(Wit&Bit)'. 무엇이든 두드리면 악기가 되고 무엇이든 상상하면 악기가 된다는 이들이 뭉쳐 만든 ’코믹환타지스펙터클스피드스트레스날려버려‘ 버전의 유쾌한 무대. 여기에 사용된 모든 악기는 산업 폐자재를 이용해 만들었고 그 악기를 만든 이들은 전문가가 아닌 중, 고등학교를 중퇴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당당히 길을 나선 청소년들이다.

 

                  

 

                          빈 페트병으로 만든 악기, 하품('하늘의 거품'의 준말)

                                  

위 동영상은 빈 페트병으로 만든 악기,'하품'으로 장윤정의 '어머나'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늘에서 거품이 터지는 소리와 같다는 뜻의 '하품'은 빈 페트병을 주름 파이프와 연결시켜 소리의 통로를 만들었다. 보통 빈 페트병을 두드리면 둔탁한 소리가 나지만 '하품'은 페트병 안에 공기를 넣어 맑은 소리를 냈다. 안에 공기를 많이 넣으면 높은 소리가, 적게 넣으면 낮은 소리가 난다.

 

ⓒ 위트앤비트

                                                                                               

 

페트병, 파이프, 폐화공약품 통 등 폐품으로 만든 악기들

공연을 본 후, 가장 먼저 드는 궁금증은 바로 악기의 행방이다. 도대체 누가, 왜, 어떻게  그런 악기들을 만들었는지. 단순히 두드려 울려 퍼지는 비트의 명쾌함만이 아닌 도레미파솔라시도 7음계의 절묘한 조화로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 서정성까지 갖춘,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했던 악기들을 말이다.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먼저 그 악기들부터 소개하도록 한다.(악기 이름 역시 모두 만든 이들이 직접 지은 것이다. 그들의 순수한 열정만큼이나 악기 이름 또한 정감이 간다)

 

ⓒ 양양

 

 

1. 한내 : ‘큰 강이 흐르는’ 모양을 본떠 만든 악기. PE파이프를 이어 붙였다. 파이프의 길이에 따라 다른 음계의 소리가 난다. 인도네시아의 민속 악기인 ‘통가폰’과 비슷한 모양.

 

2. 조각 한내 : 한내의 딸 정도 되는 악기. 역시 파이프로 만들었으며 한사람씩 손에 들고 연주할 수 있다.

 

3. 은몽 : ‘은빛 소리의 꿈’이란 뜻을 지녔다. 알류미늄 판을 연결하여 만들었고 직파이프를 사용해 울림통을 만들어 소리가 깊게 울려 퍼진다. 실로폰과 비슷한 모양.

 

4. 두둥 : ‘두드리는 천둥 소리’라는 뜻의 악기. 폐화공약품 통을 재활용하여 만들었다.

 

5. 톡톡 : 목탁의 원리를 이용한 악기. 나무와 파이프를 이용해 만들었다.


6. 고몽 : 은몽과 남매 지간인 악기. ‘오래된 나무의 꿈’이라는 뜻을 지녔다. 나무의 길이를 달리하여 음계를 표현했고 주름 파이프로 울림통을 만들었다.

 

                                                                           악기 설명 : 노리단 공연 팀장 겐(18)님


폐품 악기를 만든 사람들은 누구?

의외로 악기의 행방은(공연 관계자의 도움으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곳은 바로 청소년직업체험센터인 ‘하자 센터’. 얼마 전 한 TV에서 ‘하자 센터’와 함께 가출한 청소년들이 집에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던 기억이 얼핏 났기 때문에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영등포에 위치한 하자 센터 > ⓒ 양양

                                               

 

하자센터(haja center)란?
하자센터는 연세대학교가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청소년 학습 공간으로 공식 명칭은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이다. 하자센터는 1999년 12월 IMF 경제위기 상황에서 인문학적 성찰 능력, 디지털 리터러시, 경영 마인드를 갖춘 문화작업자를 길러내어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설립되었다. 하자센터는 다양한 문화강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5개 작업장 (대중음악, 영상, 생활디자인, 웹, 시민문화 작업장)을 두어 그곳에서 청소년들이 장인들과 함께 지속적인 문화작업을 하면서 자기를 발견하고, 성장하며 나아가 직업에 대한 탐색을 하도록 돕고 있다.

                                                 

                                                        <내용 출처 : http://about.haja.net/haja_introduction_1.htm>

 

위 내용은 하자 센터 홈페이지에서 소개글을 그대로 복사해 온 것이다.-_- 아무튼, 이러한 취지로 만들어진 하자 센터는 그야말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의미가 강한,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자기의 삶을 찾아 나설 수 있게끔 인도해 주는 그런 곳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담 폐품 악기와 하자 센터는 무슨 연관이? 바로 폐품 악기는 하자 센터 학생들 중 다양한 문화 활동을 실험하는 청소년들이 모여 만든 ‘노리단’의 단원들이 손수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위트앤비트'공연 중인 노리단 단원 임동규(18)군과 주힘찬(12)군

 

‘노리단(Noridan)’은?
지난 2004년 6월에 창단. 2002년 대한 학교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간디 학교 양희규 교장이 우연히 호주에서 ‘허법(hubbub, 왁자지껄 혹은 소란이란 뜻)’이라는 그룹을 알게 되었고 그들이 생태주의(생명의 순환을 지키고 유지하자는 의미)에 기초한 음악 공동체임을 알고 간디 학교에 초청한다. ‘허법’은 자연에서, 자연과 함께 더불어 최대한 자연과 가까이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고 우리 몸 역시 자연의 하나로 그 자체도 악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을 가진 이들이 만든 단체다. 그 후 하자 센터는 ‘허법하자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허법의 정신과 기술을 전수 받았고 호주에도 직접 가 그들의 터전을 체험하기도 했다. 집을 직접 짓고 폐품을 이용하여 악기도 직접 만들면서 ‘재활용+상상놀이단’으로 시작한 단체는 드디어 2004년에 ‘노리단’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하게 된 것이다.

 

공사 현장에서 주워 모은 폐품으로 갈고, 자르고, 붙이고..

앞에서도 줄곧 이야기한 것과 같이 ‘위트앤비트(Wit&Bit)'에 사용된 악기는 모두 산업 폐자재를 활용하여 만든 것이다. 노리단 친구들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 공사 현장 투어(?)일정을 잡는다. 다른 사람에게는 일개 쓰레기에 불과한 PE파이프와 나무판, 알루미늄판 등이 모두 이들의 손을 거치면 새로운 생명체로 재탄생 한다. 폐품이 수북이 쌓여 있는 것만 봐도 배부르지만 이때부터는 또다시 머리 굴리기에 여념이 없다. 이렇게도 만들어 보고, 저렇게도 만들어 보고. 실패만도 백만 번 넘게 했지만 이들의 실험 정신은 끝이 없다.

 

 

                                           <노리단 작업장. 한창 '한내'를 만들고 있었다> ⓒ 양양

 

악기를 만드는 일은 무겁고 단단한 재료를 나르고, 자르고, 갈고, 붙이는 고된 노동이다. 악기의 시청각적 요소를 두루 만족시켜야 하는 미적 감수성이 요구되고, 음을 맞추기 위해서는 수학 능력과 공학적 사고도 필요하다. 이것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악기가 완성된 짜릿함은 직접 만들어 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평생 알기 어려울 듯.

 

 

노리단 공연 팀장 겐 님의 '한내','고몽' 연주 시범

 

공연에 사용된 페트병 악기 ‘하품’은 빈 페트병에 공기를 넣어서 만들었는데, 공기를 많이 넣으면 높은 소리가, 적게 넣으면 낮은 소리가 난다. ‘고몽’을 만들 때는 나무 끝을 갈아 높은 음을, 가운데를 갈아 낮은 음을 표현했고 전체 나무 길이의 1:0.218 지점에 못을 박아야 나무의 둔탁한 소리 없이 청명한 소리를 낼 수 있다. ‘고몽’을 연주할 때 사용하는 채는 인라인스케이트의 바퀴를 갈아서 만들었고 또한 ‘한내’를 연주할 때 사용하는 주걱같이 생긴 것은 아이들 위험 방지를 위해 유치원에서 사용하는 조립식 장판을 이용한 것이다. 두 개를 서로 맞붙일 때는 케이블타이(케이블을 정리하기 위해 묶는 끈)를 넣어 탄력성을 갖게 만들었다. 이 외에도 폐화공약품 통으로 만든 북같이 생긴 ‘두둥’은 아래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소리의 울림이 밖으로 멀리 퍼지도록 하였다.

 

이처럼 노리단에서 만든 악기는 모두 30여 가지. 대부분 타악기이지만 어느 악기 하나 공들이지 않은 것 없고 머리 쓰지 않은 것이 없기에 그 소리 역시 완벽하다.

 

‘위트앤비트’는 난타와 점프를 성공시킨 최철기(프로듀서)와 백원길(연출)의 야심작이다. 완벽한 아마추어의 손에 만들어진 악기와 전문가의 연출력이 더해져 누구도 상상치 못했던 보물 하나를 탄생시켰다. 아니, 보물이 아닌 공연계의 ‘괴물’이라 감히 평할 만하다.

 

무대 위 사람들은 더도 덜도 아닌 딱 노력한 그만큼만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법이다. 이런 점에서 ‘위트앤비트’는 그 어떤 무대 예술보다 정직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세련된 노련미 보다는 현재를 즐기는데 충실한 사람들의 풋풋한 ‘신명남’이 그대로 느껴지기에.

 

양양씀

출처 : 문화예술
글쓴이 : 양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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