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고집스럽고
그토록 지독했던 나의 엄마!
가난했던 노동자의 아내로
평생을 자신을 위해서는
쓸 줄 모르셨던 분!
올해 83세
그런데 이제 모든 것을
자식에게 의존하는
어린아이가 된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하기도 귀찮아서
모든 것을 군산에 사는
언니와 동생에게 은근슬쩍
미뤄두었던 나쁜 딸.
내가 군산에 가지 않으니
엄마가 몸소 손녀딸 차를 타고
우리집에 오셨다.
부스럭 부스럭
손녀, 손자에게 줄 돈을
특별히 부탁해 마련한 봉투에
넣어 건네준다.
손자, 손녀가 보고 싶어 왔던 것이다.
군산에서 태어났던 나의 아이들.
그 아이들이 다 크도록 고향구경도
안시켜 준다면서
꼭 군산에 오면 이곳 저곳 구경시켜준다며
꼭 오라는 어머니.
고등학교 졸업후
집을 떠나면서 언제 한번 이렇게 편하게
엄마와 오랜 시간 지낸 적이 없었다.
엄마는 날짜까지 세면서
말씀하신다.
좋다고. 참 좋다고.
며칠 있다보니
언제나 바위처럼 그렇게
굳건하게만 느껴졌던 어머니가 아니고
약을 먹기 위해 물 한잔 먹을때도
원래 있던 곳을 보면 물이 있을텐데
하나하나 챙겨줘야만 하는
어린아이같은 어머니를 보니
공연히 슬퍼지기도 해서
오히려 엄마에게
"엄마! 엄마 완전히 아기됐네.
왜 생각하려고 하지 않아?
생각하지 않으면 머리가 멍청해져.
그러니 자꾸 생각하려고 해야 해."
라면서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엄마 덕분에 나도
그긋하게 누워서 뒹글 뒹글.
"엄마! 편안하고 좋지?
군산에가면 식구들 의지하지 말고
노인당에가서 사람들하고 놀고
고스톱도 쳐요. 그래야 치매안걸려.
고스톱 치는 것이 엄마 나이에는 필요해요.
놀음이 아니니까 그냥 즐기세요."
엄마는 고개를 끄덕끄덕.
평상시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었기에
고스톱이나 술마시기 등등
남들이 하는 것을 보고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자꾸 나는 강조를 한다.
더불어 살아야 즐겁고
즐거워야 치매에 걸리지 않을 것 같아서...
엄마의 꼬장꼬장 함의 극치는
약 먹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아침 밥 먹기 30분전에 먹는 약이 있다.
밥먹기전 30분전에 시간 맞춰서 약을 먹고,
밥 먹은 후 30분 후에 먹는 약도
밥 먹고 30분을 반드시 지켜 약을 먹는다.
그렇게 하루에 6번 정도 먹는 약을
조금도 어기지 않고 정확하게 먹는 것이다.
내가 밥을 아무때나 차려주는데
나에게 밥 먹기 30분전에 말해주지 않는다고
걱정을 하는 것이다.
오늘은 처음으로
목욕을 시켜드렸다.
젊은시절 꽤 살찌셨었는데
이제는 뼈만 남아
살가죽이 이리저리 밀려다녀
때밀이하기도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자식들에게
한번도 고통을 주지 않으셨다.
건강하기도 하려니와
젊은시절 근근히 마련한
논에서 나오는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나의 어머니.
내가 마음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것도
이런 나의 어머니때문이기도 하다.
자식으로서
부모님이 아프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만 해도 .....
앞으로 종종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갖을 것이다.
엄마!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ㅁㅁ 사소한 행복 ㅁㅁ > ㅁㅁ --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친구 성옥에게 (0) | 2007.02.12 |
---|---|
[스크랩] 졸업식장에서.... (0) | 2007.02.06 |
친구에 대하여 (0) | 2007.01.26 |
선택의 갈림길 (0) | 2007.01.26 |
[스크랩] 구세주? (0) | 2007.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