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나오는 시는
모두 외우라하여
시라는 것은
당연히 외워야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시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때에는
아예 국어교과서를
몽땅 외웠었는데....
요즘 아이들에게
시를 외우라하면
짜증을 낸다.
정말
시는 외워야한다.
외국 선진국들은
중고등학교 줄업하면
최소 150편이상의 시를 외운다고 한다.
남편이 잘가는 까페가 있다.
'티파니'
매일밤 라이브음악과
시낭송을 한다고 했다.
막걸리 먹고
2차로 간 곳이
그 '티파니'였다.
남편은 그곳 단골답게
주인의 환대가 대단하다.
시한편 외우지 못하는 남편은
남들이 하는 것 보고
시늉이라도 할량으로
즉석시를 지어서 낭송하곤 했단다.
막걸리 서너사발
카프리 한잔
이미 불콰해진 나의 얼굴.
가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어정쩡한 계절의 길목을
기타 연주에 맞춰
좀 폼을 재가며
멋지게 불러주던 라이브 가수의
그 노래 때문에
나의 마음도 한껏
달아올랐다.
내가 처녀시절부터 좋아하던 시가 있었다.
젊은 시절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기다리면서 아파해야 멋진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 세월 속에 묻어두고
가끔씩 꺼내보고 싶은 추억이라도 만들요량으로
무척이나 방황했던 시절이있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해준 시가
바로 황동규 님의 '즐거운 편지'였다.
사실 그 시는 황동규시인이 고등학교적
사랑했던 연상의 여인을
끝까지 기다리겠다는 내용의 시이다..
티파니에서 함께 했던 나의 지인들이
국어교사인 나를 그만둘리 있겠는가.
그런데 그렇게 많은 시를 가르치지만
정작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거다.
그저 처녀적부터 좋아했던
그 '즐거운 편지'의 한 구절들만
내 머리속에 떠다닐 뿐이었다.
좀 틀리면 어떠랴.
뒤죽박죽된 시구절을 이리저리
꿰어 맞추어
그린내 이야기, 가을 보낸 이야기를 곁들여
시 낭송을 끝냈다.
지금까지
이렇게 밤에 모여
시낭송이란 걸 해보지 못했는데
오늘의 체험은
나에게 또 다른
즐거움과 함께
짧은 시 속에 담긴
결코 짧지 않은 메시지가
그대로 서로의 가슴에 전달되어
서로서로에게
순결한 눈빛을 안겨주는 것이었다.
시 한편도 외우지 못하는 생은
얼마나 삭막하고
외로우랴....................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 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 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 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ㅁㅁ 사소한 행복 ㅁㅁ > ㅁㅁ --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란스러운 맘 (0) | 2006.11.17 |
---|---|
[스크랩] 삼수생 나의 딸~~~ (0) | 2006.11.15 |
[스크랩] 시집을 읽으며~~~ (0) | 2006.11.13 |
[스크랩] 가을을 떠나 보내며~~~ (0) | 2006.11.13 |
[스크랩] 눈을 위하여 (0) | 2006.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