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ㅁ 사소한 행복 ㅁㅁ/ㅁㅁ -- 나의 글

[스크랩] 눈을 위하여

아리랑33 2006. 11. 7. 12:45

(앞으로 당분간 나와 함께 할 돋보기)



내가 늘 자랑스러워 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시력이었다.

나는 썬그라스도 쓰지 못한다.

얼굴에 뭘 걸치면

무겁고 답답하고

어질어질하여

단 5분을 쓰지 못한다.

 

어떻게 거추장 스런 그런 것을

얼굴에 걸고 있을까

생각하면 참으로

안경을 쓴 사람이 안타깝기도 했다.

 

나와는 달리

우리집 아이들은 눈이 나쁘다.

안경값으로 들어간 돈도

솔찮다.

잘못 놓아서 발로 밟아 깨먹기도 하고

학교에서 책상위에 올려 놓았다가

떨어뜨려 깨먹기도 하고

어떨 때에는 맞춘지 하루만에

깨먹기도 하였다.

때론 멋진 안경을 쓰고 싶다며

최신 유행의 안경을 새로 맞추기도 했고

눈이 더 나빠져 새로 맞춰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글씨가 두개씩 보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명함의 전화번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또 물건의 사용 설명서가 보이지 않아서

밝은 곳으로 나가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대보기도 하였지만

안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은

만나면 시력이야기였다.

그렇지만 나는 좀 예외였는데

이렇게 급작스럽게 나빠졌을 줄이야.

 

급기야 친구들의 얼굴에 걸쳐져있는

안경을 한번 나의 얼굴에 걸쳐보았다.

어머나~~~

이래서 안경을 썼나보다.

선명하게 잘 보이네.......

그러나

갑자기 안경을 나의 얼굴에 걸친다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일.

 

만년필형 돋보기를 두개 구입했다.

 

세월앞에 장사 없다는 어른들의 말을

다시금 상기하면서

나의 이 시력이 약해졌음을 슬퍼하기 전에

그동안 아무런 고장없이

세상을 훤하게 잘 보이게 해줬던

그 노고에 감사를 해야겠다.

 

그리고 나의 눈을 위하여

더 자주 푸른 산을 바라보리라.

더 자주 푸른 하늘을 바라보리라.

 

 

출처 : 군산여고51
글쓴이 : 김인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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