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ㅁ 사소한 행복 ㅁㅁ/ㅁㅁ -- 나의 글

[스크랩] 2006년을 돌아보며~~

아리랑33 2006. 12. 26. 14:16

새해 새날이 밝았다.

어제와 오늘이 다를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이렇게 한해의 획을 긋고

또 다른 해를 만든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무언가 허전해서 늘 우울해 있었는데

작년에는 집을 짓느라 그리고 제자들 사랑에 취해 우울할 틈이 없이 한 해가 훌쩍 지나가고 말았다.

 

항상 12월 31일이 되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그런 치졸함으로

제야의 종 타종식에도 가보고 그리고 공연히 시내를 쏘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남들처럼 해넘이나 해맞이는 한번도 가지 못했다.

올해는 시골에 들어가서 무언가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의 다짐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31일 밤이 되자 집안정리를 하던 남편이 이제 피곤해서 시골에 가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또 금방 우울해졌다. 그렇게 우울해하고 있는데 밤 늦에 가자는 거다.

그래서 밤늦게 시골에 가게되었다.

 

TV를 켜니 온통 연말연시는 연예인의 날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용히 차를 마시고 일찍 잠을 잤다.

별일 없는 아침이 다시 밝았다.

그러나 사실 내가 이곳에 더 오고 싶었던 이유는 지붕의 눈을 치우고 싶어서였다.

TV에서 지붕에 쌓인 눈의 무게에 대하여 연일 보도할때에는

 마치 우리집 지붕이 무너지는 환상 속에 빠져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고,

 특히 더 두려웠던 것은 정읍시내의 몇몇 학교의 강당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자나깨나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저번에 시골에 갔을 때 천정을 보니 글쎄 가운데가 불룩하고 벙벙하게 쳐져있었다.

그동안 좀 날씨가 따뜻했다면 많이 녹아 내렸겠지만 날씨가 추웠기 때문에 분명 녹지않고 쌓여있을 것이었다.

 

아침밥을 먹고 남편과 함께 지붕에 올라갔다.

 세상에나!

녹지 않은 눈이 지붕가득 덮혀있었다.

한삽 한삽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거의 2시간 이상 걸려 30여평되는 지붕의 눈을 모두 걷어 냈다.

 지붕의 눈을 걷어 내니 그동안 내 가슴 가득 쌓여 있던 무겁던 눈을 다 치운 느낌이 들어 개운하였다.

 거실에 들어와 천정을 바라보니 이제 좀 덜 벙벙한 것 같았다.

 

세상 일이라는 것이 그렇다.

 무엇이든지 기초가 튼튼해야 하는데 그 집을 지을때 전혀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지었으니

집을 다 지어놓은 지금 이것을 새로 뜯어 고칠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한 것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눈이 많이 내릴 날이 참 많이 있을텐데

그때마다 올라가서 눈을 치울 수도 없고, 또 지붕을 새로 해서 올릴 수도 없으니 어쩌랴.

 

눈을 치우면서 남편에게 말했다.

누리면서 살려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뤄야한다고.....

이 집을 마련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힘들게 눈을 치우지 않아도 되련만

이 산골짜기 집하나 더 소유하여 정신의 사치를 부리자니 이런 고생 저런 고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이 집을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말이다.

 

어쨌든 이제 눈도 다 치우고 당분간 지붕 무너질 걱정은 좀 안해도 될 것같다.

느긋하게 신년의 계획을 세워보았다.

 

1.앞으로 시골에 주말마다 들어갈 예정이므로 농사공부를 먼저해야하겠다. 그리고 때에 맞추어 나무와 씨앗 준비를 해야하겠다. 나무와 씨앗을 심고 가꾸면서 느낀 감상을 글로 남겨야 하겠다.

2. 그곳에서 관찰한 꽃, 풀, 나무, 벌레 등등의 모습을 스케치해야겠다.

3. 건강을 위해서 주1회 요가라도 해야하겠다. 그냥 막연하게 하면 안되니 스포츠센타에 등록을 해야겠다.

4. 삶 속에서 느낀 모든 것을 이 카페에 올려야겠다. 그걸 묶어서 한권의 책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5. 좀더 열심히 작업을 해서 연말쯤에 전시회를 하고 싶다...............

 

참답게 누리며 살기 위해서는 버려야 할 것들이 참 많이 있다.

무엇을 버리고 그리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는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리라. (2006.1.1)

 

위의 글은 올해 1월1일에 계획하고 써 놓았던 글이다. 이 글을 다시 끄집어내어 읽어본다.

계획대로 실천한 일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일이 더 많다.

그렇지만 1년의 시간동안 그린내에서 느끼고 배운 것이 참 많이 있다.

 

4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오묘함에 감탄하고

잡초와 씨름하면서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 깨닫고

수천년 세월동안 진행되어왔을 순환의 논리를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꿈들도 확인하고

노후에 내가 해야할 일들을 미리미리 생각하고

텃밭을 가꾸면서 생명의 아름다움과 땅의 부지런함을 다시 깨닫고

수확하고 갈무리하는 가슴 넉넉해지는 충일도 맛보고...

 

다시 한해가 저물고 있다.

어제는 격포에 가서 그 너른 바다를 보면서

수평선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별 고민없이

별 아픔없이

살아온 시간에 감사하면서....

 

내 나이또래의 사람들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이

건강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다.

내년에는 건강을 위해서 노력하는 해로 삼을 예정이다.

많이 계획을 세우기 보다는

하나라도 착실하게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리라.

 

너무나 흠도 많고 탈도 많은 나이기에

너무나 이상적인 것만  꿈꾸는 나이기에

그래서 때로는 너무 유치한 나이기에

 

이제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덜 화를 내고

덜 짜증 내고

덜 욕심 부리며 살리라 다시한번 다짐해본다.

 

 

 

 

 

 

출처 : 군산여고51
글쓴이 : 김인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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