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미를 만들며.........
몇주전 배추모종을 사다 심었었는데
다음주에 가보니 50%정도만 살았다.
다시 또 시동생이 모종을 사다가 떼웠다.
그런데
씨앗을 뿌렸던 무싹이 30%도 채 나지 않았다.
어제는 그 싹을 뽑아서
하나하나 옮겨 심었다.
나는 우산을 받쳐주고........
옆집 할아버지집에 함께 살던 사위가
아이들 교육때문에 순창으로 이사를 갔다.
가끔씩 들러서 잔일들을 해주는데
오늘도 와
차를 마시기 위해 우리집에 온 것이다.
고사리 농사를 6000여평 짓는데
인건비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단다.
그래서 이제는 혼자서 할 계획을 세우고
내년부터는 3000여평으로 줄일 계획이란다.
차라리 혼자서 하면 그 소득은 온전히 자기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일군을 부리면
밥해먹이랴
또 관리하랴 너무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올해 우리가 모종만 사다 심은 것도 5만원이 넘는다.
그런데 밭에서 따 먹은 것이 5만원이 될까?
우리처럼 소득을 바라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저 즐기기 위한 것이겠으나
그것을 소득으로 연관시키려면
엄청난 수고가 뒤따르고
별 돈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제는 TV에서 중국의 농촌 현실에 대한 것을 보았다.
중국이 세계 강국으로 우뚝 서고 있지만
농촌의 현실은 1960년대와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9%사람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뿐
그들은 옛날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농사라는 것이
일확천금을 꿈 꿀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들에게 땅에서 맛보는 즐거움이 없었다면
얼마나 팍팍하고
힘든 삶이겠는가!
그러나
요즘 나는 농촌이 좋다.
흙을 만지고
흙을 밟으면서
그 너른 가슴을 경험하는 것이다.
어제는 수세미를 따서
물에 깨끗이 씻어
말린 후에 하나는 전주로 가지고 왔다.
지난번 하나 따서 수세미를 만들었는데
화학수세미와는 다른 손맛이 있다.
박도 하나 따서
반절로 갈라 속을 긁어낸 후
삶았다.
박이 잘 만들어질지 그것은 모르겠지만
지난 날 대수롭지 않게만 여겨졌던 그 박이
잘 만들어져 늘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생산하여 만들어 쓰던 그 옛날의
자급자족적인 삶의 기쁨이 하나둘 나의 세포에
스며든다.
우리가 참으로 기쁘지 않은 것은
바로
남들이 만들어주고
생산해 준 것을 별 감동도 느끼지 못하고
쓰기 때문일 것이다.
아!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옛날의 그 자급자족적인 삶이 그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