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33 2006. 9. 15. 10:21

제자로부터 온 가평 명지산 포도.

작년 이맘때에도 가평에서 유명한 포도라며 보내주었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보내주었다.

 

며칠전 전화가 왔었다.

 

"선생님. 포도 보내드리려고 하는데요.

혹시 작년에 보내드렸던 포도 운송도중 상하지 않았나요?"


"전혀 무르지 않고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또 보내려고? 번번히 이렇게 .........."

 

.

 

분명 포도가 올 줄 알았는데

며칠동안 택배사로부터 연락이 없는거다.

그런데

관리소에서 전화가 왔다.

 

사흘 전부터 포도가 와있는데

찾아가지 않아서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아뿔사.

며칠전 택배회사의 전화가 찍혀있어 무심코 넘겼는데

그때 배달된 듯 했다.

 

남편이 아침에 찾아다가 냉장고에 넣어두었는데

저녁에 퇴근후에 보니 아무렇지도 않은거다.

 

"정열아! 포도 오늘에야 받았네. 연락을 못 받았거든.

그런데 포도 상하지 않고 정말 맛있네. 잘먹을게."

 

"선생님! 다음에 더 좋은 것 보내드릴게요."

 

가평에 또 유명한 것이 있는데 '가평잣'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정열이 때문에 잣은 떨어지지 않고 먹고있다.

아마도 분명 또 잣을 보내줄 것이다.

 

가장 소중한 선물은

그렇게 정말 좋은 것을 혼자만 즐기기 아까워

함께 느끼고 싶어 보내주는 선물이 좋은 것이다.

 

"정열아! 나도 너에게 보내주고 싶은 것이 있거든.

자그마한 그림이야. 그리고 다음에 돈 많이 벌면

그때는 꼭 그림 사줘야한다. 그림을 돈주고 사야 사랑하게되거든."

 

담임도 아니었는데

오로지 국어만 가르쳤을 뿐인데

이렇게 사랑을 해주고

좋은 것 선생님께 주고 싶어하는 제자들이 있어

정말 행복하다.

 

물론 제자중에는 나에게 실망을 끼친 제자도 있지만

어디 그것이 본심이겠는가!

 

투병중인 제자도 있어서 나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혼자가 된 제자도 있어서 나의 마음을 걱정스럽게 한다.

그러나

이런 제자들로 인하여

더욱 내가 멋지고 반듯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도 된다.

 

항상 기억에 남는 선생님으로서

그들의 머릿속에 교과서 같은 선생으로

우리에게도 이런 멋진 선생님이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변하지 않고

늘 한결같은 교사로 남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