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시나요? 시간이 많지 않아요.
누구나 사랑을 꿈꾼다
가끔 부부간의 갈등을 다루고
그 치유와 화해의 과정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TV프로그램을 보게된다.
그것을 보다보면 결론은 항상
'사랑'을 하긴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서
갈등과 폭력과 술과 욕설에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달에 한번씩
전주독립영화관에서주관하는
'힐링 시네마 인 전주' 의 이번주 영화는
'사랑후에 남겨진 것들'이었다.
포스터에 나와 있는 내용과 같이
갑작스레 아내를 잃고 아내의 꿈을 찾아 떠나면서
비로소 진정한 사랑과 만나게 되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꼭 남편과 같이 보아야할 것 같아서
남편을 꼬드겨 함께 보게 되었다.
처음에 남편은 피곤하다면서
혹시 영화를 볼때 그리고 강좌를 들을 때
잠을 잘 것 같다면서 강사선생님이 너무 잘보인다면서
자리를 바꾸자 하여서 남편은 나의 뒤에 앉았다.
나는 남편에게 걱정말고 졸아도 좋다고 했었다.
남편이 영화를 잘 보았는지 어땠는지 모른다.
어쨌든 나는 이 영화를 남편과 함께 보았다는 사실이 중요하고
이제 노년기에 들기 시작한 우리부부가 이 영화를 통하여
함께 공감하고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공유하였다는 점에서
좋았다.
영화를 보고 강연이 끝난 후
강사 선생님께서 어떤 남자를 지목하면서
아내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
"착해요"
남편의 목소리였다.
또 물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색의 옷, 립스틱 색깔이 무었이냐"고.
바로 뒤어 있어서 남편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남편이 버벅 거리면서 앞 서설이 길어지자
모든 것을 알아챈 강사선생님은
그렇게 길게 늘이지 말고 바로 말하라 했다.
그러자 남편은
환한색을 좋아한다고....
참! 미술을 하는 사람이
아내가 좋아하는 옷색깔을 물어보니
"환한색?"이라고?
강사님의 질문의 요지는 이것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하여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강사님은 다시 이 영화를 보고 느낀점을 말하라 했다.
그런데
나를 지목하는 것이었다.
'참! 어떻게 나를 알고 지목했지? 내가 아내라는 것을 알 리없는데...'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여성감독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섬세한 배경과 대사, 장면들에대하여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던지라 할말은 무궁무진했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했다.
" 언젠가 꿈을 꾸었어요. 남편이 죽었어요.
꿈이지만 사실 꿈도 현실처럼 느껴지잖아요?
남편의 죽음과 맞닥뜨리던 순간 지난 시간을 생각해보았어요.
남편과 함께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을 생각해보니 단,3일도 되지 않는거에요.
그래서 너무 슬퍼 엉엉 울었어요. 그렇게 엉엉우는데 남편이 깨웠어요.
남편이 나에게 왜 우느냐고 물었어요.
당신이 죽었다고. 그런데 행복한 순간이 3일도 되지 않아서
너무 슬퍼서 울었다고. 그런말을 하면서 계속 울었어요.
오늘 남편과 같이 온 이유는 이런 공유할 수 있는 시간들을 만들기 위해서에요.
우리는 작품속에 등장했던 벚꽃, 파리처럼 한순간의 생을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너무 짧지요? 같이 살면서도 서로의 생각을 너무 모르면서요. "
그렇게 말하고 들어왔는데
강사님께서 말씀하시길
"어느 분이 시키셨는지 아세요? 바로 뒤에 앉으신 남편분이세요."
그랬구나!
남편은 나의 말을 듣고 싶었던 거였다.
얼마전에 보았던 '아무르'영화 와 이 영화는
앞으로 나와 남편이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일깨워준
참 소중한 영화다.
이 영화때문에 오랫만에 전주에 온 나는
목욕물을 받고 때를 불린 후 남편을 부른다.
남편은 섬세하게 정성을 다하여 나의 때를 밀어준다.
나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줄거리를 말하면
트루디와 루디는 슬하에 2남 1녀를 둔 평범한 노부부다. 아내 트루디는 어느날 병원에서 남편 루디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의사로 부터 듣게 된다. 그런 사실을 남편에게 숨긴 채 부부는 자식들을 만날 겸 여행을 떠나게 된다.
베를린에 사는 자녀들으 보러 가지만 각자의 일상이 있는 자녀들에게 어느새 귀찮은 신세가 된다. 그들은 오래전 다녀온 발틱해로 둘만의 여행을 떠난다.
바닷가에서 춥다고 하는 남편'루디'에게 자신의 쉐타를 함께 입혀주는 트루디.
숙소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춤을 추자고 하고 함께 춤을 춘 그날밤 아내 트루디는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고 홀로 집으로 돌아온다.
아내의 빈자리로 인한 상실감에 빠진 루디는 생전에 일본을 가고 싶어하던 트루디를 생각하며 그녀의 옷가지를 챙겨 막내아들 칼이 있는 일본으로 간다. 아내 트루디는 부토춤을 좋아하고 후지산을 그리워하고, 막내아들 칼을 보고 싶어했었다.
어느날 아들 칼과 함께 벚꽃 나들이를 하다가 벚꽃아래에서 부토춤을 추는 여인을 바라보게 된다.
칼의 집에서 지내는 중 칼이 함께 지내는 것을 불편해한다는 것을 알게 된 루디는 낯설고 힘든 도시에서 아내를 가슴에 품고 돌아다니다가 벚꽃이 만발한 날 부토춤을 추며 떠도는 소녀'유'를 만나게 된다.
죽은 엄마와 함께 부토춤을 춘다는 '유'와 함께 아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루디는 '유'에게 후지산으로 여행을 가자고 한다.
쉬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후지산.
점점 몸은 아파오고 고통스런 밤을 보내는 루디는 새벽녘 창을 통해 비로소 후지산을 만나게 된다.
힘겹게 부토화장을 하고 아내의 옷을 입고 후지산이 보이는 호수 앞에서 환영의 아내와 춤을 추고 죽음을 맞이한다.
'유'에게 남은 돈을 모두 남겨주고서.
칼은 아버지의 유골을 챙겨 독일로 가서 가족과 장례를 치르게 된다. 장례를 치른 후 루디의 가족들은 여관에서 열여덟살 난 젊은 여자 아이 '유'와 함께 여자옷을 입고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유'는 다시 공원에서 엄마를 생각하며 부토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