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실험
어제 ebs 교육 특집 '학교란 무엇인가'를 보았다.
문제아들로만 이루어진 학교.
어느곳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학생들을 보듬어 안아
개교를 했던 고등학교 이야기이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한 학년에 몇명 될까말까하는
그런 학생들이 대부분이기에
교사가 교실에 들어와도 엎드려자고, 화장하고, 떠들고
그리고 모여서 담배피우고, 수업중 도망나가서
오토바이타고 돌아다니고,
마을 곳곳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했던 아이들이었다.
좋은 뜻으로 개교한 학교였지만 교장 선생님도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어 절망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런 학생들이었는데 몇달이 지난 지금
그 학생들의 눈빛이 선해지고,
교복을 단정하게 입은 학생들이 많아지고
무언가 살아 숨쉬는 듯했다.
결론은 단순했다.
우린 너무 성급했던 거였다.
그동안 문제의 행동을 보인 학생들에 대하여
우리는 지도를 하고 그 지도가 하루아침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에 대하여
실망하고, 아이들에게 더욱 큰 불신을 심어주었던 것이다.
생각할 시간을 두고
우리가 너희들을 사랑하고
그 사랑의 끈을 늘 잡고 있다는 사실만 아이들에게 심어주면 충분했다.
처음 아이들에게 실망한 교장 선생님이
아이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정말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자조섞인 이야기를 했을 때
아이들의 반응은 냉담했었다.
"그럼 그렇지. 이 학교도 조금 지나면
문제 학생들 다 자르고
공부, 공부를 외칠 것이다"라고...
그러나 학교는 끝까지 아이들을 기다렸고
그 기다림의 응답이 찾아 온 것이다.
학생들 스스로 자정과 반성의 토론이 있었고
스스로 행동을 고쳐나간 것이다.
요즘 학생 체벌을 없애야 한다는 교육청 발표가 있었다.
처음에는 나도
"그럼 어떻게 아이들을 지도하란 말야."라는
비난 아닌 비난도 했었지만
이 프로를 보는 순간
정말 참을성 없었던 지난 시간을 반성해 보았다.
앞으로 아이들에게 나의 교육적 실험을 할 예정이다.
아이들에게 진실을 보여주고
참을성 있게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진심을 다해서
아이와 함께 한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줄 것이다.
오늘은 외모가 예쁘고 좀 노력하면 괜찮은 학생인데
늘 선생님들로부터 외모 등등으로 지적받은 학생과 대화를 나누었다.
장래 꿈이 '뮤지컬 배우'라고 한다.
외모를 보면 충분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래서 뮤지컬배우가 되기 위한
계획서를 써 오라고 과제를 내었는데
컴퓨터를 아버지가 쓰지 못하게 한다는 말을 듣고
바로 편지를 써주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편지를 받아 들고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아이가 달라질지 흥미롭게 지켜본다.
다음은 그 학생 아버지께 쓴 편지 내용이다.
김주연 아버지께
안녕하세요?
주연이를 예뻐하는 1학년부장 김인정입니다.
다름아니옵고
주연이의 꿈이 장래에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꿈은 도중에 바뀔 수도 있겠지만
우선은 주연이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연이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에 관하여
조사하도록 과제를 냈습니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수집하여 정리하여 제출하는 과제입니다.
그러니 오늘은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아버지께서
허락을 해주세요.
앞으로 주연이가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이 협조해주시고 격려해 주세요.
종종 주연이에 대하여 아버님께 편지를 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0.11. 16
1학년부장 김인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