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아름다운 시절 영화 촬영지를 가다.
가을 햇살에
혼곤한 머리풀고
햇살에 반짝이는
갈대를 보면
갈대의 손짓 따라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그린내에 갈 때
과거에 천담분교 였던
섬진강 수련원을 지나가게 된다.
지금은 수련원도 없어지고
그 앞으로는 예나 지금이나
은색 물비늘 반짝이며
고요히 흘러가는 섬진강
강변의 그 갈대 때문이었으리라.
그동안 그 강물을 지나치면서
늘 그리워하기만 했었다.
다리 하나만 건너가면 되는 것을...
"여보! 오늘 우리 시간 있으니까
천담, 구담마을 가보자.
영화 아름다운 시절 촬영지도 있으니까."
차를 몰아 다리를 건넜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길이 없어서
차를 가지고 가면 얼마 못가서
돌아 나온다고 했었는데
길이 포장이 되어
얼마 가지 않으니
바로 구담마을 회관 앞이다.
회관 앞에는 이곳이 영화 아름다운 시절 촬영지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안내문 아래 쪽에는 거의 무너질 듯한 낡은 집들이
서울로 어디로 자식들 따라 대처로 나가
빈집으로 남아있고
윗쪽에는 새롭게 단장된 현대식 집들이 있다.
따라로운 햇살아래
콩대를 거둬 열심히 타작하는 할머니에게 묻는다.
"이곳 참 아름답네요."
"예"
"여기 빈집 많이 있네요."
"예, 자식들 따라 가서 없어요. 그런데 집은 안팔아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우리처럼 물었을 것이다.
그래서 몇마디 하지 않아도 우리의 다음 말을 꿰뚫어 보고
그렇게 말하였으리라.
회관 바로 오른쪽에 요즘 새로 만들어진 정자가 있고
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바로 영화의 촬영지가 있다.
늙은 느티나무 뿌리가 산 중턱에
질긴 세월의 흔적을 몸으로 보여주고
그 느티나무 앞에
영화촬영 기념비가 있다.
이 강언덕에 서니 시간이 정지된 듯
한가로이 흘러가는 구름도
저 강물과 한몸이 되어
물에 잠겨 흐르고 있었다.
이 언덕 앞 강건너 보이는 높은 산이 용골산이다.
그린내 앞산.
그리고 저 강물이 장구목을 거쳐
우리집앞 그린내로 흐르고
그 물이 흐르고 흘러
섬진강 하류로 흘러간다.
빈집 옆에 열린 홍시를 따서
가을을 한입 베어 문다.
가을은 계속
발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이렇게 2009년 가을도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