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많았던 작가와의 만남
올해는 유난히 작가와의 만남이 많았다.
디카의 사진을 정리하려다보니
아직도 정리못한 사진이 많아
기억을 되살릴 겸 사진을 옮겨본다.
지난 10월 중순경
국어과에서 마련했던 국어과연수에
초청되었던 김준태 시인.
'참깨를 털면서'라는 시가 유명하지.
산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함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데도 힘을 더한다.
(중략)
사람도 아무 곳에서나 한 번만 기분좋게 내리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거라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는 안 되느니라"
할머니의 가엾어 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그는 전남 해남 출생으로 독어과를 나와 국어도 영어도, 독어도 가르친 교사생활도 하고 지금은 대학강단에 선다. 해남의 가락 다시래기 등등 지역의 문화에 깊은 조예를 지니신 분으로 가슴속에 품은 많은 것들을 우리들에게 심어주고자 강의내내 갈피를 잡을 수 없기도 했다. 키가 큰 사람은 싱겁다고 하는데
큰 키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넘쳐나는 정열을 지닌 분이셨다. 나는 사진 한장을 찍었는데 그래서 키다리와 난장이가 되었다.
그리고
문학기행지에서 만난 시인들.
물론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전남 해남 출생 고정희 시인.
페미니스트로 여성신문 초대 편집 주간 였던 그는
그의 시의 모체이기도 했던 지리산 등반도중 1991년 실족사한다.
그녀의 생가는 아직도 그녀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집에
손때묻은 흔적 그대로 남아있다.
강인한 모습 저 수면 아래에
여성이기에 품을 수 있는 사랑이 숨어있다.
지울 수 없는 얼굴 - 고정희
냉정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얼음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불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무심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부드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그윽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따뜻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내 영혼의 요람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샘솟는 기쁨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아니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당신이라 썼다가
이세상 지울 수 없는 얼굴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역시 고정희 생가로부터 300여미터 부근에 김남주 생가가 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함석지붕으로 가족이 살고 있었으나
읍에서 사들여서 토담집으로 단장하고 시비, 흉상, 시, 감옥체험실 등이 있지만
그의 영혼이 이런 일을 반겨할 지 그것이 의문이었다.
그는 평생을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출소하였으나 감옥에서의 힘든 생활등으로
1994 췌장암으로 생을 마친다.
자유 - 김남주-
만인을 위해 내가 노력할 때
나는 자유이다
땀 흘려 힘껏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이다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이다
피와 땀을 눈물을 나워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
밖으로는 자유여, 형제여, 동포여! 외쳐대면서도
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속이고서
해남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 '강진'
강진의 부호의 아들로 태어난 영랑 김윤식.
절제되고 순수한 고유어로 음악성 짙은 서정시를 즐겨썼던 그는
한때 정치에도 참여하였다고...
그의 생가는 잘 가꾸어져 봄이면 모란이 피고........
그리고 지난 2007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에서 만난 4명의 시인
정일근 시인
그리고 오세영 시인
그리고 또
도종환 시인
그리고 또 이하석 시인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살지만
우리의 잠든 의식을 일깨워주고
늘 신선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작가들은 어떠한 만남보다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2007년 한해를 되돌아보면서
그 만남 하나 하나
그 울림 하나 하나
나의 가슴에 새기어
저 북극성 좌표로
삼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