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글
이영숙 선생님께
오늘로 전시회가 끝나네요. 조금의 시간을 내어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전에 같이 근무할 때에도 항상 고운 마음 늘 내 마음에 간직하고 있었는데
궂은 비 내리는 날씨에도 전시장을 찾아 주었고
또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작품까지 구입해주시니
감사의 말 뭐라고 전할까요.
예전엔 몰랐었는데 요즘 내가 가슴가득 느끼는 것은
참으로 내가 인덕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첫 전시회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아 주었고
또 격려해주시고 즐거워하니
작가로서 더 이상 뭘 바랄까요.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거듭 날 것이고
그때에는 더 좋은 작품으로 바꿔드리도록 할거랍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 전하면서
그 작품 속의 개구리들처럼 늘 행복한 일상과
편안한 휴식이 계속되기를 기원합니다.
2007. 9. 6.
감사의 마음 전하며 김인정 드림
계하에게
참으로 오랜만의 만남이었지.
학교 다닐 때 우린 그래도 가까운 사이였던 것 같아.
삼십 년도 넘는 세월의 간극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네.
그래서 어릴 적 친구가 소중하다는 것을.
궂은 비 내리는 여름의 끝에
예쁜 며느리와 귀여운 손녀딸 데리고
조용히 나타난 계하.
그대 이름이 계하이니
시냇물이라는 뜻인가?
시내 계, 물하 ?
귀염둥이 손녀딸이
개구리 앞에서 그렇게 좋아했는데
그 그림 그 손녀딸 방에 걸어준다고 하니
얼마나 멋진 할머니인가!
누구나 그런 마음 가지기 어려운 걸.
세월은 우리는 늙게 만들지만
내 마음 속의 친구들 그리고 풍경들은
더욱 새로워지고 날로 반짝거린다네.
오랫동안 꿈꾼 나의 소원.
너무나 슬프고도 험난 했던 지난 세월의
아픔을 나는 이 한번의 전시회로 모두
씻을 수 있었다네. 그 토록 강렬했던 화가의 꿈을.
그대의 그 고운 마음
내 핏속 천천히 돌아 다시 환한 작품으로 피어날 것이라 믿네.
다음에 더 좋은 작품으로 거듭 날 것이고
그때 더 좋은 작품으로 바꾸어 주기도 할 걸세.
오늘로 전시회 끝나는데 조금의 시간을 내어 이렇게 편지를 쓴다네.
밖에는 지금도 비가 내리고
내 마음속에도 지난 세월의 건조했던 마음 촉촉이 적셔주고 있네.
늘 건강하고 앞으로 소식 전하면서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아가자.
2007. 9. 6
학교에서 인정이 보낸다.
선생님께
삼십년만의 만남에 저는 과거 머리를 땋고
교복을 입은 학생으로 돌아가서 선생님 앞에서 남편 흉보면서 어리광 부렸지요.
선생님은 쉰이 넘은 저를 지금도 그때의 학생처럼 느끼시면서
늘 좋은 말씀으로 저에게 깨우침 주셨지요.
무더웠던 여름날!
무거운 예초기를 메고
저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기위해
땀 뻘뻘 흘리시며 그 너른 땅 풀을 깎아주셨지요.
그때 풀 깎고 한번도 깎지 않아
마당가에 풀이 가득하지만
그때 선생님의 그 너른 사랑
들에 피는 꽃처럼 다함없는 사랑을 다시한번
절절히 느꼈답니다.
그리고 이번 전시회 때에도
사모님 모시고 찾아주시고
또 금일봉까지 주시니
못난 제자는 늘 받기만 하고 있네요.
사모님께서 꽃그림 좋아하신다고 하셨는데
아이리스(붓꽃)을 드리고 싶어요.
집에 어울릴지 모르겠네요.
다음에 더 좋은 작품 꼭 선생님 부부를 위해서 제작할까 합니다.
미리 원하는 소재있으면 말해주세요.
이번의 전시회는 저에게는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답니다.
십수년간 그렇게도 슬프고도 험난하게 꾸워 왔던 화가의 꿈.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고 또 격려해주시고 칭찬해주시니
저는 뭘 더 바랄 수 있겠어요.
작품도 예상외로 많이 팔렸어요. 참 좋지요?
욕심부리지 않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서
정말 즐기면서 작품을 할까 합니다.
오늘로 전시회가 끝나네요.
전시내내 비가 내렸지만 오히려 저의 마음에
축축한 생명의 비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제가 기쁘기 때문일까요?
지금처럼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7. 9. 6 학교에서 김인정올립니다.
형순이에게!
우린 고등학교때 꽤나 많이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지.
그대는 글을 쓰고
나는 글을 잘 쓰는 그대를 은근히 부러워했던 때가 있었지.
교사 생활을 하면서도
‘형순이는 지금도 글을 쓸까?’라고 늘 생각하곤 했었는데....
군산에 가면 가끔씩 그대 소식 전해 듣곤 했었고.
나에게는 늘 하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그림그리는 것이었다네.
국어교사인 내가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차라리 글을 쓰지 왜 그림그리느냐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네.
너무나 그림에 대한 열망이 커서
그것을 하지 않는 내 인생을 생각할 수조차 없었고
그래서 단 한 줄의 글도 쓸 수가 없었다네.
그렇게 평생을 갈망으로 살다가
드디어 쉰이 넘어 막가파 식으로 남편에게 덤비고
결국은 나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네.
나의 그림은 나의 일기같은 내면의 고백이라고 할 수 있지.
바쁜 그대가 궂은 비 내리는 날
전시끝나는 시간에 잠깐 본 나의 그림
그리고 ‘행복한 마음’이라는 그림을 구입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
한번도 그림을 구입하지 않았었는데 그림을 구입해서 좋다는 말과 함께
그 그림이 정말 행복하게 해 줄 것 같아서 기쁘다고 하는 말을 듣고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다네.
다음날 전시회장에서 그 그림을 계속 바라보았다네.
‘저 그림이 정말 행복한 마음이 들게 해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나도 그 그림을 보니 정말 행복한 마음이 든 것은 왜일까?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정말 보면 볼수록 단순하지만 기쁨을 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네.
내가 나의 그림에 대해서 이렇게 쓰니 정말 이상하지만....
그런데 다음날 유명한 미술대학 교수님이 그 작품을 보면서
저 좋은 작품을 왜 의자 뒤에다 두었느냐. 잘 보이는 곳에 걸으라는 말씀을 하셔서
당장 떼어 나의 자화상 아래에 걸어두기도 했단다.
난 너무 행복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나의 그림이 그대의 가장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그 곳에서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을지 그것이 두렵다.
작업실에서 포장을 하기 전 다시 천천히 그림을 바라다 본다.
작지만 옹골찬 내 마음이 그대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을 품고서....
그대가 나의 작품을 가지고 있는 한 나는 절대 그대를 잊지 않을 것 같다네.
늘 건강하기 바라고
작품의 제목처럼 늘 행복한 마음이기를 기원한다네.
2007. 9. 7
인정이 보낸다.
(행복한 마음) Woodcut
정숙이에게
나이가 먹으니 옛 추억이 그리워짐은 당연한 일.
수구초심이라고 했던가.
기억 저편에 각인된
삶의 원형질 같은 우리의 생의 편린들.
그 자잘한 조각들이 이렇게 우리들을 이어주고 있네.
사실 정숙이와 나는 학교 다닐 때 그리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는데
이렇게 우리는 만나게 되고
또 나의 보잘 것 없는 전시회에 와 준 것도 고마운데
그대의 공간 한켠에 나의 작품을 걸어주고
늘 나의 향기를 벗할 것이니
나는 두렵기도 하거니와
그대의 그 마음이 절절히 나의 가슴에 남겨져
아마도 나의 그림과 벗하게 될 그대를 늘 생각하게 되겠지.
나의 그림들이 어느 누군가의 공간에 걸린 다는 생각을 하면
두렵기도 하거니와
행복하기도 하다네.
다음에 더 좋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그대는 나에게 주었으니 더 좋은 작품으로 거듭나서
훗날 더 좋은 작품으로 바꾸어 주기도 할 걸세.
그대의 방에 걸릴
170여 송이의 장미.
그 빨간 열정으로, 그 수많은 기쁨으로
사업이 번창하고 건강하기를 기원한다네.
2007. 9. 7
인정이 보낸다.
김건숙 선생님께
어떤 인연으로
백년동안 만나지 않아도
늘 어제련 듯 느껴지는
내 동생보다 더 동생같은 느낌이 드는..........
그냥 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자랑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빗속을 달려와
함께 기뻐해주고
또 방 한 켠에
나의 흔적 걸어둘 것이니
난 정말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네.
얼마 전 시골에 어떤 도 깊은 사람이
나에게 인복이 많다하더니
그대를 만난 것도 그 증거라네.
어린 아이가 하나둘 세상을 깨달아 가듯이
요즘 난 정말로 세상 기쁨 하나둘
깨달아 가고 있다네.
보이는 산, 강, 나무, 꽃, 바람, 햇볕, 소리, 새, 벌레
그리고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큰 기쁨으로 찾아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하모니가 되어
나를 목매게 한다네.
그대의 공간에 살아 숨쉴 나의 그림
그대가 나의 그림을 가지고 있으니
난 정말 영원히 그대를 잊지 못하겠지.
무릉도원.
그 그림 속처럼 사철 꽃이 피고, 새가 울고
열매 맺고, 구름이 흐르고, 물고기 뛰놀고,
향그런 파도소리 들리는 그런 행복한 집이기를 기원한다네.
2007. 9. 12
도서실에서 그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김인정 보낸다네.............
김일순 선생님께
나의 보잘 것 없는 전시회에 와 준 것도 고마운데
그대의 공간 한 켠에 나의 작품 걸어주고
늘 나의 향기를 벗할 것이니
나는 두렵거니와
그대의 그 마음이 절절히 나의 가슴에 남겨져
아마도 나의 그림과 벗하게 될 그대를 늘 생각하게 되겠지요.
나의 그림들이 어느 누군가의 공간에 걸린 다는 생각을 하면
두렵기도 하거니와 행복하기도 하답니다.
다음에 더 좋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그대는 나에게 주었으니 더 좋은 작품으로
거듭나서 더 좋은 작품으로 바꾸어주기도 할것이랍니다.
170여송이의 장미
그대의 방 한켠에
언제나 그 향기 사라지지 않고
언제나 그 빛깔 사라지지 않고
그 빨간 열정으로
그 수많은 기쁨으로
가정이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기원해봅니다.
2007. 9. 12
도서실에서 김인정 보냅니다.